미국에서 렌트를 주고 있는 집들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효자’인 집이 하나 있다.
[실제 집 사진]
실내 면적만 약 120평.
방 5개, 화장실 4개, 서재, 다이닝룸,
조식 공간은 기본이고
거실 2개에 전용 영화관(Theater room)까지 갖춘,
미국 내에서도 꽤 큰 축에 속하는
2층 대저택이다.

[실제 집 사진]
현재 매달 **$4,600(약 650만 원)**이라는
묵직한 월세를 안겨주는 고마운 집이다.
하지만, 며칠 전 새벽.
잠결에 확인한 테넌트(세입자)의 문자 한 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수영장 시스템이 멈췄어요.”
직감이 왔다. 이건 짤짤한 수리가 아니다.
‘큰돈’ 깨질 냄새가 났다.
1. 최첨단 소금물 수영장(Salt Pool)의 배신
이 집 수영장은 옵션이 화려하다.
피부 자극이 적은 소금물 시스템(Salt Pool)을 기반으로,
인공 폭포 2개와 워터 슬라이드,
스마트폰 원격 제어는 물론 영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동파를 방지하는 기능까지 탑재된
최상급 모델이다.
그런데 그 똑똑한 놈이 먹통이 된 것이다.

[엘시디 모듈과 연결되는 리본 케이블에 부식이 보인다]
먼저 매주 수영장을
관리해 주는(청소) 업체에 연락했다.
미국은
사람이 움직이면 무조건 돈이다.
일단 가서 보는 출장비(Diagnostic Fee)만 $99.
검사 결과가 날아왔다.
“메인보드 LCD 모듈 부식. 침수 의심됨.”
업체가 보내준 사진을 보자마자,
전자 기기 수리에 빠삭한 나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이마를 탁 쳤다.
‘이거… 누군가 메인 패널 문을 열어놨구나.’
빗물이든 스프링클러 물이든,
패널 안으로 물이 들어간 게 확실했다.
문제는 그 업체가 보낸 견적이었다.

[어리버리한 업체의 견적서(엘시디 모듈만 교체하면 된단다)]
“LCD 모듈 교체 비용: $1,579.58”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전자기기 침수는 겉보기에 LCD만 나간 것 같아도,
내부 회로가 다 연결되어 있어
보드 전체가 쇼트났을 확률이 99%다.
LCD만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 업체는 ‘진짜 원인’을 못 보고 있었다.
2. 구글맵을 뒤져 ‘진짜 기술자’를 찾다
첫 번째 업체는 믿을 수 없었다.
즉시 구글맵을 켰다.
**’Pool Repair’**를 검색하고
리뷰 수가 많고 평점이 좋은 로컬 전문 업체를 찾았다.

[모든건 구글로 통한다]
전화 통화 몇 마디에 답이 나왔다.
“LCD 쪽 침수면, 메인보드 뒤쪽까지 다 젖었을 겁니다.”
역시, 말이 통한다.
기술자를 다시 현장으로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보드 기판 전체가
침수로 사망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품을 하나하나 갈아 끼우느니,
시스템 통째를 교체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싸고 안전하다는 결론.
최종 견적서가 도착했다.
Total: $4,555 (약 650만 원).
견적서 확인후 바로 수리 승인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패널 문을 안 닫음) 하나로,
내 피 같은 생돈 650만 원이 증발하는 순간이었다.
3. 범인은 누구인가? (feat. 집주인의 숙명)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자, 그럼 여기서 누구 잘못일까?
수영장 기계를 만질 줄 아는
테넌트가 열어두었나?
매주 오는 수영장 청소부가
점검하고 문을 안 닫았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CCTV를 돌려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로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Gray Area)에서
책임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100% 집주인 몫이다.
테넌트가 당장
수영장을 못 써서 불편을 겪고 있으니,
잘잘못을 따질 시간에
수리부터 해주는 게 맞다.
나는 즉시 $4,555 결제를 승인하고
공사를 지시했다.
집 4채를 돌리면서 겪은 수리비 중
역대급 금액이었다.

[업그레이된 모델로 설치. 엘시디 터치패널이 따로 분리되있다. 앞으로 패널문을 열필요가 없어졌다.]
4. 그럼에도 ‘투자’는 계속된다
650만 원. 물론 아까운 돈이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게 넘기기로 했다.
이것은 ‘불로소득’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임대 사업’을 운영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매달 월세만 꼬박꼬박 받고
아무 일도 안 생긴다면, 그게 어디 사업이겠는가?
어느 비즈니스나
예기치 못한 비용(Risk Cost)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나는 이 사건을 이렇게 해석하며 멘탈을 잡는다.
첫째, 압도적인 월세 수익.
워낙 월세가 센 집이라(월 $4,600),
한 달 치 월세로 수리하고도 남는다.
둘째, 인플레이션 헷지.
내 모기지 금리는 3.5% 고정이다.
인플레이션이 올수록
내 빚의 실질 가치는 녹아내리고,
집값과 월세는 우상향 한다.
셋째, 자산 가치 방어.
$4,555를 들여 고친 새 시스템은
앞으로 수 년간 말썽 없이
집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미래에 나에게
든든한 은퇴 자산이 되어줄 것이 확실하기에,
가끔, 아주 가끔 찾아오는 이런 ‘사고’ 쯤은
쿨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것.
그게 바로 미국 집주인(Landlord)의 그릇을 키우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