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이야기 3화] 쌍쌍전자 첫 임무: 바닥 신세에서 미국행 비행기까지

드디어 그날이 왔다.

쌍쌍전자에 입사하는 날.

비록 생산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에

내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회사 기숙사 앞에 모인 신입 동기들을 쓱 보니,

솔직히 좀…

‘양아치’ 느낌이 물씬 났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품이 워낙 잘 팔려서

급하게 인력을 채우느라 조건 없이 막 뽑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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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엔 공고 시절 동창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론 다들 비슷했겠지.

“와, 내가 쌍쌍전자에 뽑히다니.”

나는 그 친구들이 현장에서 누구보다 날아다닐 거라고

확신했다.

1주인지 2주인지 모를 신입생 교육이 후딱 지나갔다.

애사심 키운답시고 단체로 산에도 뛰어 올라가고…

그렇게 각자 부서 배치를 받았다.

나는 **’미국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이었다.

보통 단순 조립은 고졸 여사원분들이 하고,

우리 남자 사원들은 불량을 수리하거나

생산라인 트러블을 해결했다.

업무 첫날이었다. 고참 선배가 대뜸 물었다.

“여기 컴퓨터 잘하는 사람?”

어릴 때 게임 좀 했고, 고등학교 데이터통신실

짬밥도 있어서 자신 있었다.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러자 나만 쏙 빼놓고 동기들은 전부 수리사나

라인 안정화로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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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손을 든 그 순간이, 훗날 나를 미국으로

보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사는 물량이 터져나가고

외주업체도 막 생겨나던 시기.

나에게 떨어진 첫 임무는 생산 테스트 장비에 쓸

랩탑 수십 대를 세팅하는 것.

책상? 그런 건 없었다.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랩탑 수십 대를 깔아놓고

무한 포맷과 설치를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2주 가까이

바닥에서 랩탑이랑만 놀았다.

동기들이 멋지게 장비 배우고 자리 잡아갈 때,

난 여전히 바닥 신세였다.

어느 날, 작업이 다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최고참 수리사 옆에 앉아 어깨너머로 수리를 배웠다.

선배가 뭘 물어보면

그냥 눈치껏 대답했을 뿐인데,

선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 넌 수리 천재다!”

사실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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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 속성 과외 후,

가장 어렵다는 ‘미국 수출용 PDA’ 라인에

전격 배치되었다.

다들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실상은 좀 웃겼다.

간단한 수리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회사 내 그 누구도 이 PDA를 완벽하게

고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건 메인 칩 불량이라 수리 불가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초고수 선배에게 사사받은,

동기 중 최고의 수리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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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몇 달간의 우연 같은 경험들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미국행 비행기 티켓이 될 줄은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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