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이야기 2화] 인생의 운이 바뀌기 시작했다.

쌍쌍전자에 입사 지원을 했다. 1차 서류 전형, 2차 쌍쌍전자만의 시험, 3차 면접, 4차 신체검사까지, 총 4단계를 통과해야 합격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과정을 수기로 진행했다. 이력서를 손으로 직접 쓰고, 증명사진을 붙이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생활기록부 사본과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정말 엉망이었다는 것. 그래서 다른 부분에서 최대한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이력서에 붙일 증명사진은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찍었고, 이력서는 마치 궁서체처럼 정자로 정성껏 썼다. 그리고 모든 서류는 작은 편지봉투가 아닌 큰 서류봉투에 담아 구겨지지 않게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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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IMF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서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있었다. 공고 출신이 경력직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다. 그래서 나는 더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쌍쌍전자는 굴지의 대기업이었고, IMF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시절이라 지원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서류를 일일이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작은 편지봉투에 들어 있는 서류는 펴볼 겨를도 없이 다 버렸다고 한다. 사진에 정장을 입지 않았거나, 글씨가 알아보기 어려운 서류들도 다 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생활기록부에 ‘미’, ‘양’, ‘가’가 줄지어 있고, 무단결석이 18일이나 있던 내가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운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라,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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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험은 쌍쌍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공부했지만, 문제들이 너무 이상해서 정답이 없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나름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던 실력이 있어서, 몇 일간 열심히 공부한 후 일요일 아침, 동네 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문제들은 정말 기이했다. 마치 응시자가 제정신인지 아닌지를 테스트하는 것 같은, 이상한 문제들 투성이였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도 너무 낯설고 비정상적인 문제들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거의 포기하고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합격 통보와 함께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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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는 자신이 있었다. 말주변도 좋고, 상대를 설득할 때 눈빛까지 활용할 줄 알았다. 면접일이 다가오자, 무단결석 18일과 성적표에 도배된 ‘미’, ‘양’, ‘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미리 준비하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면접장에 들어갔다.

단체 면접이었고, 4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봤다. 면접관도 4명이었던 것 같다. 기본적인 질문들이 오갔고, 예상했던 대로 내게 고등학교 성적이 왜 그런지, 무단결석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나는 준비했던 대로 정면돌파했다.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겪던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셨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잘 잡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춘기도 지났고, 이력서에서 보시다시피 책임감 있게 회사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 순간 면접관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걸 느꼈다.
진심은 결국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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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빛과 표정은 면접관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짐을 싸서 회사 기숙사로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매일 잔업 4시간씩 하고 주말 근무까지 하며 겨우 연 1,000만 원을 벌던 내가, 이제는 쌍쌍전자에 취직해 당당히 사원복을 입고 연 2,000만 원을 벌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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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업의 부도, 부모님의 이혼, 할머니와의 생활, 잦은 이사와 전학, 전학 갈 때마다 피할 수 없었던 싸움들, 그리고 병역특례까지. 정말 힘들기만 했던 내 인생이, 드디어 운이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내 인생이 처음으로 ‘나를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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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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